Pages

Sunday, August 9, 2020

독서마저 인스턴트화된 '숏폼 콘텐츠' - 경기헤럴드

gayakabar.blogspot.com

ⓒ 경기헤럴드

칼럼니스트 · 전교장 장세창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동영상 소비패턴이 대폭 바뀌었다. 소파에서 느긋하게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폰에서 노트북으로, 또는 태블릿 pc로 시간이 날 때마다 무언가를 본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콘텐츠의 총 재생 시간을 줄였다.
일명 숏폼(Short-form) 콘텐츠, 짧은 영상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의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가 어떤 동영상을 열었을 때, 평균 재생시간은 6분 30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10~15초짜리의 영상을 공유하는 틱톡 서비스도 월 활성이용자가 5억 명이나 된다.
짧게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 역시 2018년 기준, 월 활성사용자가 10억 명이라 하니 사람들의 ‘짧은 콘텐츠 선호도’를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해외, 특히 미국의 미디어 거물들은 숏폼 콘텐츠에 투자를 한다. 드림웍스의 창업자인 제프리 캐천버그는 6~10분짜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Quibi)’를 2018년에 설립했고, 여기에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 디즈니 등 할리우드 10개 제작사가 10억 달러(1조 2,000억 원)을 투자하였다.
이 쿼비의 목표는 프리미엄 숏폼 콘텐츠, 온갖 명작들을 숏폼으로 재구성하여 세대의 입맛에 맞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넷플릭스 역시 1편당 러닝타임이 15분~20분인 시리즈 제작을 대폭 확대하고, 숏폼 콘텐츠 담당 팀을 만든다는 보도를 내며 ‘숏폼 경쟁’에 뛰어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논제는, 영상뿐 아니라 독서에도 이 숏폼 콘텐츠가 도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명 한입 콘텐츠, 1분에 한 쪽, 한 페이지 지식 등으로 불리는 짧은 장르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1일 1클래식 1기쁨’, ‘1페이지 한국사’ 등 제목만 봐도 노리는 타겟층이 확실하다. 사실 이러한 독서는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긴 독서에는 짧은 휴식이 필요하지만, 너무 짧은 독서는 책의 내용에 집중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최소한의 집중조차 없이 오늘 한 쪽, 내일 또 한 쪽, 이런 식으로 짧은 독서만 거듭하다 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집중력마저 점차 떨어진다.
책을 읽는 것 자체는 좋지만 독서마저 지나치게 인스턴트화되는 것이다. 이런 ‘독서화된’ 숏폼 콘텐츠를 읽으면 사람들은 만족한다. 하지만 이는 금방 사라질 정보를 머리 귀퉁이에 잠시 넣어 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독서란 본디 한 저자의 세계를 읽고, 그 정보를 깊이 있게 소화하여 나의 것으로 만드는 작용이다. 온갖 미디어에서 책을 읽자고 주창하지만, 시간이 없고 습관이 들지 않아 못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책’의 존재는 불편하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숏폼 독서’는 정확하게 저격한다. 하루에 한 번, 몇 분간 텍스트 이십 줄 가량을 읽음으로써 좋은 습관을 들였다는 자기만족을 느낄 수 있다. 당연히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지성인이 된 기분을 느낀다. 시장의 흐름은 이미 베스트셀러엔 위와 같은 숏폼용 도서들이 상당 부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단지 읽기를 위한, 자기만족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집중력을 키우는 독서가 필요한 이유다.

Let's block ads! (Why?)




August 10, 2020 at 12:31PM
https://ift.tt/3fIbXp4

독서마저 인스턴트화된 '숏폼 콘텐츠' - 경기헤럴드

https://ift.tt/3dRWWRq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