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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10, 2020

인스턴트식품 유감…“애 엄마가” vs “정성과 사랑 비례하지 않아”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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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면 감자 샐러드 정도는 직접 만들라”

지난달 일본 소셜 미디어(SNS)에서 식사 준비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나오면서 여성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바깥 활동은 줄어든 반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식사 준비에 여성들의 고민이 한층 깊어진 가운데 음식 만들기에 ‘정성 부족’을 지적하는 말이 나오면서 젊은 여성들과 가부장적인 남성, 부모 세대와의 갈등 깊어지는 모습이다.

부모 세대는 인스턴드식품의 낮은 질을 지적하며 부득이하게 즉석식품을 사용하더라도 일부는 직접 만든 음식을 식탁에 올려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젊은 엄마들은 “인스턴트식품을 상에 올린다고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애 엄마가”

갈등의 시작은 지난달 초쯤 SNS에 게재된 한 사연에서 시작한다.

1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여성 A씨는 자녀와 함께 쇼핑에 나섰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당시 A씨는 반찬이 포장된 팩을 들고 있었는데 지나던 한 노인이 “엄마라면 감자 샐러드 정도는 직접 만들라”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괜찮다”면서도 고개를 숙인 채 샐러드를 구매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의 일이나 행동에 참견하지 않는데 처음 본 사람에게 지적당해 적지 않게 당황했던 거로 보인다.

이 사연은 SNS에 공유된 뒤 단 이틀 만에 13만건의 공유와 댓글 등 큰 반향을 부르며 비슷한 경험을 한 엄마들의 하소연이 줄이었다.

사연을 보면 자녀에게 청바지를 입히지 말라는 지적부터 책을 읽어줄 땐 명확하고 큰 소리로 읽어 줘야 한다 등 낯선 이로부터 당한 지적이 불편하다는 글이 게재됐다.

원치 않게 지적을 당해야 했던 여성들은 남성을 뜻하는 ‘맨’과 불만족해 제기하는 불평의 뜻인 ‘컴플레인’이란 단어를 합성해 ‘맨스플레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정성과 사랑 비례하지 않아”

앞선 하소연과 함께 “정성은 사랑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후지타 유코 메이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노인 세대의 지적에 대해 “일본에서 평일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아버지(남성)는 적고 특히 ‘요리는 어머니가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가치관이 강하다”며 “냉동식품을 식탁에 늘어놓으면 ‘제대로 (식사를) 준비하지 못해 미안해요’라고 죄책감을 가진 어머니들이 많다. 하지만 가정에는 각각의 사정이 있고 음식 전부를 직접 만들진 않는다. 엄마들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수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정성은 사랑의 형태 중 하나다. 좋은 어머니를 정하는 잣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스턴트식품 유감

인스턴트식품(냉동식품)은 단시간에 손쉽게 조리할 수 있고 저장이나 보존도 간단하며 휴대가 편리한 식품을 말한다.

이에 가정에서 손쉽게 구매해 사용하는데 앞선 감자 샐러드 사건으로 일부 여성들은 “인스턴트식품 사용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쉽게 조리해 편리하지만 영양 균형 등을 볼 때 직접 만든 음식과 분명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감자 샐러드 사건으로 이같은 의견이 일부에서 나오자 이달 7일 인스턴트식품 회사가 설득력 강한 메시지로 여성들을 응원했다.

자신을 두 자녀를 둔 엄마라고 소개한 식품회사 직원은 “냉동식품 사용은 ‘부실’이 아닌 ‘개인 사정’”이라며 “(냉동식품을 사용하는) 엄마들은 음식을 만들 시간에 자녀의 숙제를 도와주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등 가족을 위해 시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음식 만들기가 아니더라도 여성들이 가사나 육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실제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 말이다.

이에 “가장 중요한 건 온 가족이 웃는 얼굴로 식탁에서 함께하는 것이다”, “준비한 사람(엄마)들에게 감사 할 수 있는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라는 공감 댓글이 약 7만 6000여건에 달했다.

후지타 교수는 “요리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어머니는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무언의 압력이 아직도 너무 많다”며 “이러한 일들로 ‘트윗’(감자 샐러드 사연)에 여성들이 주목했을지도 모른다. 감자 샐러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냉동식품이라도 차려나 보고 불만하라”

한편 인스턴트음식을 둘러싼 공감은 일부 남성들의 ‘망언’을 비판하는 글에도 쇄도했다.

SNS에 어린 자녀를 키우는 한 여성이 저녁으로 냉동만두를 올렸더니 아이는 “엄마가 만들어서 맛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반면 남편이 “부실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난 4일 게재된 이 트윗은 무려 14만 건 이상의 ‘좋아요’ 반응과 4만 건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여성은 “그는 부실하다고 지적한 냉동만두조차 만들지 않았다”며 “매일 음식을 준비하고 ​​가사에 시달리는 것과 가끔 하는 것과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라”고 남편에게 일침을 가했다.

신문에 따르면 ‘감자 샐러드’와 ‘냉동만두’에 분노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컸던 가운데 일부는 “가사는 여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코로나19의 유행으로 학교가 휴교하거나 재택근무가 늘면서 가사가 부담된다는 여성들이 많은 건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손수 만든 음식=사랑’이라는 인식이 큰 일본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가사 난이도는 너무 높아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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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0, 2020 at 01:4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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